70년 만에 쫓겨난 87세 할머니와 강제 퇴거 사건

마드리드 레티로 지역에 70여 년을 살아오신 마리카르멘 아바스칼(87) 씨는 9월 23일 아파트에서 강제로 퇴거당했습니다. 현장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퇴거에 반대했으며, 경찰이 수십 명 투입돼 시위를 진압했습니다.

마리카르멘 아바스칼(87)이 지난 23일 70년간 살았던 스페인 마드리드 아파트에서 들것에 실려 강제 퇴거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건물은 2018년 투자 펀드인 우르바게스티온이 매입한 뒤 월세를 500유로에서 2,650유로로 급등시켰고, 조정 후에도 1,650유로로 인상돼 아바스칼 씨의 연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임대료 인상에 맞서 5년 넘게 저항해 온 아바스칼 씨는 2020년 “부모로부터 양도받은 계약은 무효”라는 소송을 당했으며,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023년 대법원 판결이 뒤집혀 강제 퇴거가 집행되었습니다.


스페인 전역으로 확산하는 주택난 항의 시위

2026년 9월 26일, 마드리드 시내에서 수만 명이 주거비 인하와 세입자 보호를 요구하며 행진했습니다. 이는 87세 여성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 씨가 71년간 살던 아파트에서 강제 퇴거당한 사건이 전국에 퍼진 뒤 촉발된 것입니다.

이후 바르셀로나·발렌시아 등지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시위가 이어졌으며,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텐트를 치고 밤샘 농성을 하는 등 지속적인 항의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주택 가격 억제와 대체 주거지가 없는 경우 강제퇴거 금지, 세입자 보호 강화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치솟는 임대료와 주택 공급 부족의 구조적 배경

[치솟는 임대료와 주택 공급 부족의 구조적 배경]

스페인에서는 관광객과 이민자 유입으로 주택 수요가 크게 늘었으나 공급은 제자리에 머물러 평균 월세가 지난 10년간 두 배로 급등했습니다.

이로 인해 평균 월세는 청년 월급의 98%까지 치솟았으며, 중앙은행은 현재 약 75만5,000채가 부족하고 2028년엔 100만 채에 이를 전망합니다.

대형 부동산 회사가 부족한 주택을 대거 매입하면서 공공 임대주택 비중은 2%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이는 EU 평균 8%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이러한 상황은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한계에 이르게 했습니다.


정부의 대책 마련과 한계

[정부의 대책 마련과 한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9월 29일에 “국가적으로도, 공공기관의 관점에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회적 비극”이라며, 임대료를 부분적으로 동결하고 세입자 퇴거를 어렵게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집권 사회당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며, 통과하더라도 규제를 의식한 임대업자들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지 않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